2026년 1월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? 를 다 보고 나면 줄거리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몇 개의 장면, 그리고 그 장면이 머물렀던 장소들이다. 일본, 이탈리아, 캐나다. 서로 다른 언어와 풍경을 가진 이 세 나라는 단순한 해외 로케이션이 아니라, 인물의 감정이 이동하고 변주되는 과정을 담아내는 중요한 서사 장치로 사용된다. 일본에서는 스쳐 지나간 설렘과 선택되지 않은 마음이 남고, 이탈리아에서는 화려한 공적 삶 속에서 감정이 밀려나는 순간들이 포착된다. 그리고 캐나다에 이르러서는 말이 줄어든 자리에서 비로소 솔직한 감정이 숨을 고른다. 이 사랑 통역 되나요?의 촬영지를 따라가다 보면,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사랑이란 결국 ‘번역된 감정’이 아니라, 각 공간에 남겨진 기억의 합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.

일본 가마쿠라·에노시마 : 스쳐 지나간 마음이 가장 오래 남는 곳
가마쿠라와 에노시마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한 장소다. 특히 가마쿠라 기찻길은 관광 엽서처럼 소비되기 쉬운 공간임에도, 극 중에서는 유독 조용하게 사용된다. 기차가 지나가고, 철길은 다시 비워진다. 그 짧은 반복 속에서 주호진과 차무희는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서도 끝내 확신을 말하지 않는다. 이곳에서 사랑은 시작되기보다 ‘가능성’의 형태로 남는다.
이 장면에 겹쳐 떠오르는 명대사는 “그럼 주호진 씨, 우리가 그날 기찻길에서 나눠지지 않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면, 어쩌면 지금 우리도 달라졌을까요?”라는 무희의 말이다. 이미 지나간 선택을 조용히 되묻는 이 대사는, 철길이라는 공간이 가진 상징성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. 에노시마의 바다와 언덕으로 이동하면 분위기는 조금 느슨해진다. 바람과 파도 소리 속에서 두 사람은 말보다 침묵에 익숙해지고, 설렘과 거리감이 동시에 머문다.
📍 지도처럼 정리하면
가마쿠라 기찻길 → 감정의 첫 교차점
이나무라가사키 공원 →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 머무는 곳
에노시마 일대 → 관계가 ‘될 수도 있었음’을 남긴 공간
이 지역을 여행하며 드라마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, 여기가 사랑의 시작이기 때문이 아니라, 끝내 선택되지 않은 감정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.
이탈리아 시에나·로마 : 사랑보다 일이 먼저 놓이는 풍경
시에나와 로마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화려한 공간이지만, 동시에 가장 외로운 장소다. 중세 광장과 성당, 유적지는 웅장하고 아름답지만, 카메라는 이를 과시하지 않는다. 대신 인물의 표정과 거리, 말의 간격을 더 또렷하게 담아낸다. 이곳에서 차무희는 글로벌 톱스타로서 수많은 시선 속에 서 있고, 주호진은 통역사로서 감정을 배제한 정확함을 요구받는다.
이 공간과 맞닿은 명대사는 “통역하기 싫었어요. 그냥 기분이 나쁘더라구요. 아마 내가 차무희 씨 편이라서 그랬나봐요”라는 호진의 고백이다. 사랑을 말하지 않지만, 이미 중립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이다. 이탈리아의 넓은 광장과 긴 동선은 두 사람이 쉽게 가까워질 수 없는 구조를 시각적으로 강화한다. 사람이 많을수록 관계는 더 개인적이 되고, 감정은 더 안으로 접힌다.
📍 지도처럼 정리하면
시에나 대성당·광장 → 공적 삶의 중심
로마 유적지 → 감정이 밀려나는 순간
공연·행사 공간 → 사랑보다 역할이 앞서는 장면
이탈리아는 로맨스의 배경이 아니라, 사랑이 얼마나 쉽게 삶의 뒤편으로 밀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소로 기억된다.
캐나다 밴프·캔모어 : 말이 필요 없어지는 순간
밴프와 캔모어는 이 드라마에서 통역이라는 장치가 가장 조용해지는 공간이다. 광활한 자연 앞에서 인물들은 더 이상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. 대신 시선과 호흡, 침묵이 관계를 설명한다. 이곳에서 사랑은 해결해야 할 문제도, 정의해야 할 감정도 아니다. 그저 ‘함께 있는 상태’로 존재한다.
이 장면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명대사는 “앞으로 주호진 씨는 오로라를 보면 차무희가 떠오를 거예요”라는 말이다. 설명이 필요 없는 약속처럼, 풍경과 감정이 하나로 겹친다. 캐나다의 자연은 두 사람을 밀어붙이지 않는다. 결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. 그저 감정이 숨을 고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뿐이다.
📍 지도처럼 정리하면
밴프 국립공원 → 감정이 풀리는 공간
캔모어 호수·거리 → 말이 줄어드는 관계
전망대·산책로 → 통역이 필요 없는 순간
그래서 이곳은 드라마 속에서 유일하게, 사랑이 ‘번역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’ 장소로 남는다.
이 드라마의 촬영지를 따라가는 여행은, 새로운 곳을 보기 위한 이동이라기보다 한 장면의 감정을 다시 걷는 경험에 가깝다. 장소는 관광 정보보다 기억을 남기고, 명대사는 길 위에서 다시 떠오른다. 이 사랑 통역 되나요?가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, 이 공간들이 아직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.